은근히 어긋나다, 해(害)
큰 충돌 없이 곁에서 은근히 어긋나는 작용. 자미·축오 같은 여섯 해를 따라가며, 해가 저주가 아니라 합을 가로채는 미세한 어긋남의 신호임을 읽는다.
지지의 작용 중 가장 은근한 것이 해(害)다. 해친다는 글자를 쓰지만, 실제 작용은 정면의 다툼이 아니라 곁에서 슬며시 어긋나게 하는 것에 가깝다. 여섯 쌍이라 육해(六害)라 부른다.
여섯 쌍은 이렇다. 자미해(子未害), 축오해(丑午害), 인사해(寅巳害), 묘진해(卯辰害), 신해해(申亥害), 유술해(酉戌害). 해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보면 그 성질이 드러난다. 해는 합과 충이 얽힌 자리에서 생긴다. 어떤 글자가 제 짝과 합하려 하는데, 그 짝을 충하는 다른 글자가 끼어들어 합을 가로채는 것이다. 손을 잡으려는 둘 사이에 누군가 끼어들어 한쪽을 떼어 가니, 남은 쪽이 어긋나 서운해진다. 그래서 해는 정면충돌의 큰 사건이 아니라, 가까운 사이의 미세한 틀어짐으로 나타난다.
해의 결은 그래서 잘다. 큰 흔들림이나 갈림보다, 가까운 관계에서 은근히 거슬리고 서운하고 어긋나는 결로 읽힌다. 가족이나 가까운 이 사이에서 이유를 콕 집기 어려운 불편함이 쌓이는 자리, 좋은 뜻이 묘하게 비껴가는 자리에 해가 놓인다고 보아 왔다.
여기서도 해를 저주처럼 무겁게 읽으면 길을 잃는다. 해는 작용이 약한 데다, 다른 합·충에 곧잘 묻힌다. 무엇보다 해는 '어긋남'이지 '끝남'이 아니다. 어긋난 결은 들여다보면 풀 수 있다. 무엇이 사이에 끼어 합을 가로챘는지를 알면, 그 어긋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가 보이고, 보이면 다룰 수 있다. 이유 모를 불편을 운명으로 떠안는 것과, 어긋남의 결을 읽어 매듭을 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러니 해는 사주에서 '여기에 미세한 어긋남의 결이 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알맞다. 그 신호를 큰 불행으로 부풀릴 일도, 아예 못 본 척할 일도 아니다. 가까운 자리일수록 작은 어긋남이 오래가니, 결을 알아 두면 그만큼 다루기 쉬워진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가까운 사이의 어긋남은 큰 다툼보다 다루기 어렵다. 콕 집어 싸운 적도 없는데 자꾸 서운하고, 좋은 뜻이 묘하게 비껴간다. 정면으로 부딪힌 일은 풀기라도 하지만, 은근한 어긋남은 이유조차 흐릿해 그냥 묻어 두기 쉽다. 해가 일러 주는 것은, 그 어긋남에도 결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사이에 끼어 비껴가게 만들었는지를 들여다보면, 어긋남은 피할 수 없는 저주가 아니라 풀어 볼 수 있는 매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