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선 자리가 흔들리다, 지지충(支沖)
열두 지지가 정반대 자리에서 마주 보며 부딪히는 여섯 충. 자오충부터 사해충까지를 따라가며, 충이 자리의 흔들림이자 묵은 것을 여는 전환의 국면임을 읽는다.
지지에도 천간처럼 정면으로 부딪히는 작용이 있다. 정반대 방위에 마주 선 두 지지가 충돌하는 것, 지지충(支沖)이다. 여섯 쌍이라 육충(六沖)이라고도 한다.
여섯 쌍은 시계의 정반대 자리끼리 맺어진다. 자오충(子午沖), 축미충(丑未沖), 인신충(寅申沖), 묘유충(卯酉沖), 진술충(辰戌沖), 사해충(巳亥沖). 북쪽 끝의 자와 남쪽 끝의 오, 동쪽의 인과 서쪽의 신처럼, 가장 멀리 떨어져 정반대 성질을 지닌 글자들이 마주 본다. 가까이 끌어당기는 육합과는 정반대의 자리다.
충은 자리를 흔든다. 충을 맞은 지지는 본래 단단히 박혀 있던 뿌리가 출렁이고, 그 위에 얹혀 있던 작용이 흔들린다. 사주의 어느 자리가 충을 맞느냐에 따라 흔들리는 영역이 달라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흔들림을 곧장 깨짐으로, 깨짐을 곧장 불행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충은 무너뜨리기 이전에 여는 힘이다.
특히 지지에는 묵은 것을 갈무리해 둔 창고 같은 글자, 진·술·축·미가 있다. 이 글자들은 충을 맞아야 비로소 문이 열려 안에 갈무리된 기운을 내어놓는다. 이를 두고 창고는 충으로 연다고 한다. 닫혀 있던 것을 두드려 여는 셈이니, 어떤 사주에서는 충이 도리어 반가운 열쇠가 된다. 한곳에 너무 굳어 있던 사주, 흐름이 막혀 답답하던 사주에서는 충 한 번이 숨통을 틔운다.
물론 흔들리지 말아야 할 자리가 흔들리면 손해다. 사주의 기둥이 되는 글자, 꼭 지켜야 할 자리가 충을 맞으면 그 사람의 중심이 출렁인다. 그러나 같은 충도 그 글자의 뿌리가 깊으냐 얕으냐, 곁에 합이 있어 붙들어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합이 충을 풀어 주기도 하고, 충이 합을 흩기도 한다. 그래서 충 하나만 떼어 길흉을 단정하는 것은 늘 성급하다. 무엇이 흔들렸고, 그것이 다시 설 힘이 있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이 무엇을 열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흔들림을 우리는 두려워한다. 자리가 흔들리고 관계가 출렁이면, 곧 무너질 징조로 읽는다. 그러나 흔들린다는 것이 늘 무너진다는 뜻은 아니다. 너무 오래 한자리에 굳어 있던 것은, 한 번 흔들려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닫아 두었던 마음의 창고는 부딪힘을 겪고서야 열리기도 한다. 충은 자리의 흔들림이다. 그 흔들림을 무너짐으로 둘지, 비워 내고 다시 여는 전환으로 삼을지는, 흔들린 다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