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씩 끌어당기다, 지지 육합(六合)
열두 지지가 둘씩 짝을 지어 끌어당기는 작용. 자축합부터 오미합까지 여섯 합을 따라가며, 끌림이 가져오는 안정과 묶임의 두 결을 함께 읽는다.
천간에 합이 있듯, 지지(地支)에도 합이 있다. 그중 가장 기본이 둘씩 짝을 짓는 육합(六合)이다. 열두 지지가 여섯 쌍으로 손을 잡는다.
여섯 쌍은 이렇다. 자축합(子丑合), 인해합(寅亥合), 묘술합(卯戌合), 진유합(辰酉合), 사신합(巳申合), 오미합(午未合). 이 짝지음은 하늘의 해와 달이 만나는 자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옛사람은 보았다. 멀리 떨어진 글자가 아니라 서로 가까이에서 끌어당기는 글자들이 짝을 이룬다. 충이 가장 먼 자리의 부딪힘이라면, 합은 가까운 자리의 끌림이다.
합의 첫 번째 결은 안정이다. 두 지지가 손을 잡으면 서로를 붙들어 자리가 든든해진다. 옆에서 흔드는 충이 와도, 짝을 잡고 있는 글자는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곁에 든든한 짝이 있으면 어지간한 흔들림은 함께 버텨 내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합은 흔히 다정하고 화합하는 기운으로 읽힌다.
두 번째 결은 묶임이다. 천간합에서 보았듯, 손을 잡으면 그 손으로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 어떤 지지가 제 작용을 활발히 펼쳐야 할 자리인데 옆 글자와 합으로 묶이면, 그 글자는 짝에게 마음이 쏠려 본래의 일을 잠시 내려놓는다. 합화하여 새로운 기운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변하지 못한 채 그저 서로를 붙들고만 있기도 한다.
그래서 육합도 좋고 나쁨으로 가를 수 없다. 흔들려 불안하던 글자가 합을 만나 가라앉으면 그 합은 반갑고, 활달히 움직여야 할 글자가 합에 묶여 멈추면 그 합은 아쉽다. 또 합이 일어나려다가도 곁에 충이 함께 있으면 손을 잡으려다 흔들려 합이 풀리기도 한다. 지지의 작용은 이렇게 합과 충이 서로 얽혀 돌아간다. 어느 하나만 떼어 읽으면 판을 놓친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가까이 끌어당기는 힘을 우리는 늘 반긴다. 곁을 든든하게 해 주고, 외풍을 함께 막아 주니까. 그러나 그 끌림이 깊어지면, 서로를 그 자리에 붙들어 두는 힘이 되기도 한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하게 하고, 펼쳐야 할 일을 곁의 정 때문에 미루게 하기도 한다. 끌어당기는 모든 관계에는 가까워지는 다정함과 발이 묶이는 답답함이 함께 들어 있다. 육합은 그 두 결을 한 쌍의 글자 안에 가만히 겹쳐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