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가 손을 잡다, 천간합(天干合)
마주 보는 천간 두 글자가 짝을 이루어 새로운 기운으로 변하기도 하고, 손을 잡느라 제 일을 잠시 멈추기도 한다. 갑기합토부터 무계합화까지 다섯 천간합과, 합이 가져오는 합화·합거의 두 얼굴을 읽는다.
천간(天干) 열 글자 중에는 서로 마주 보며 짝을 이루는 쌍이 있다. 다섯 쌍이다. 이 짝지음을 천간합(天干合)이라 한다.
다섯 합은 이렇다. 갑기합토(甲己合土), 을경합금(乙庚合金), 병신합수(丙辛合水), 정임합목(丁壬合木), 무계합화(戊癸合火). 짝이 되는 두 글자는 본래 서로 극하는 사이다. 다만 극한다고 다 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과 양이 서로 다른 극일 때—갑(양목)과 기(음토)처럼 음양이 짝을 이루는 극일 때만 손을 잡는다. 갑목과 기토는 목극토로 맞서는 사이인데, 그 맞섬이 음양의 끌림과 맞물리며 다툼이 아니라 결합으로 바뀐다. 누르려는 힘과 눌리려는 힘이 묘하게 맞아떨어져 손을 잡는 것이다. 옛사람은 이를 음과 양이 짝을 이루는 부부의 정에 빗대었다.
합에는 두 갈래의 결과가 있다. 하나는 합화(合化)다. 두 글자가 손을 잡아 아예 새로운 기운으로 변하는 것이다. 갑과 기가 만나 토의 기운으로 화하면, 더는 나무도 흙도 아닌 한 덩어리 토가 된다. 다만 합화는 아무 때나 일어나지 않는다. 변해서 될 기운이 그 사주에 충분히 깔려 있고, 계절이 받쳐 줄 때라야 비로소 화한다. 받침이 없으면 손만 잡을 뿐 변하지는 못한다.
다른 하나는 합에 묶여 제 일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두 글자가 손을 잡되 변하지는 못하고 서로를 붙들기만 하니, 이 묶임을 기반(羈絆)이라 한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으면 그 손으로 다른 일을 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손을 잡은 동안에는 두 글자 모두 본래의 작용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렇게 묶여 꼭 필요한 글자가 제 작용을 잃고 사라진 듯 되는 것을 따로 합거(合去)라 한다.
여기서 합을 마냥 좋게만 보면 안 되는 까닭이 나온다. 합이 다정한 결합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사주에 꼭 필요한 글자가 합에 묶여 제 일을 못 하게 되면, 그 합은 도움이 아니라 손해가 된다. 가령 나를 지켜 주어야 할 글자가 옆 글자와 손을 잡아 묶여 버리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그 글자가 움직이지 못한다. 반대로 사주를 어지럽히던 글자가 합으로 묶여 잠잠해지면, 그 합은 도리어 반갑다. 무엇이 묶였느냐가 합의 뜻을 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손을 잡는 일을 우리는 늘 좋은 것으로만 여긴다. 그러나 어떤 결합은 사람을 살리고, 어떤 결합은 사람을 묶는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와 깊이 엮여 그 일을 놓아 버리기도 하고, 늘 어긋나던 사람이 좋은 짝을 만나 비로소 가라앉기도 한다. 천간합은 결합 그 자체에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그 손을 잡느라, 지금 무엇을 내려놓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