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이룬 사주
한 오행이 사주를 통째로 장악한 다섯 개의 판, 곡직·염상·가색·종혁·윤하. 기계가 일곱 표를 만장일치로 던진 사주와, 정답에 단 한 표도 주지 않은 사주가 여기 나란히 있다.
한눈에 한 오행이 사주를 통째로 장악하면 일행득기(一行得氣)라 부른다. 목의 곡직, 화의 염상, 토의 가색, 금의 종혁, 수의 윤하. 다섯이다. 모두 왕한 기운을 따르지만, 따르는 방식은 판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 순수한 판들 안에서 기계의 확신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종격 가운데 특별한 무리가 있다. 사주가 한 오행으로 통일된 판이다. 명리는 이것을 일행득기(一行得氣)라 부른다. 하나의 기운이 판을 얻었다는 뜻이다.
오행이 다섯이니 이 판도 다섯이다.
목의 곡직
時 日 月 年
甲 甲 戊 乙
子 寅 子 酉
↑ 일간 甲
목이 넷, 그 목을 낳는 수가 둘. 합쳐 77%다. 일간을 누를 관살 금은 년지의 유(酉) 하나뿐인데, 그마저 월지 자수와 어긋나 힘을 잃었다.
목의 기세가 일관되고 금이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판. 곡직격(曲直格)이다. 용신은 일간 갑목(甲) 자신이다. 일간이 곧 용신이 되는 흔치 않은 자리다.
희신은 수다. 시지와 월지의 자수(子)가 그 자리다. 수가 목을 낳기 때문이다. 판을 가득 채운 목을 뒤에서 거드는 글자다. 일간이 용신인 사주에서는, 나를 낳아 준 것이 그대로 반가운 글자가 된다.
화의 염상
時 日 月 年
甲 丙 丁 戊
午 寅 巳 寅
↑ 일간 丙
여름 사월(巳月)의 병화(丙)다. 화가 판을 채우고, 목이 그 화를 낳는다. 불이 위로 타오르는 형상이라 염상격(炎上格)이라 한다.
여기서 기계의 일곱 눈 가운데 여섯이 화를 짚었다. 규칙도 화다. 한 눈만 다른 글자를 가리켰다. 상당히 단단한 판정이다.
토의 가색
時 日 月 年
庚 己 己 戊
午 未 未 辰
↑ 일간 己
여덟 글자 가운데 여섯이 토다. 인수 화까지 더하면 일간 편이 85%.
그런데 이 판의 용신은 토가 아니다. 시간의 경금(庚)이다. 십성으로는 식상, 곧 왕한 토가 흘러나가는 통로다.
곡직에서는 왕신 자체가 용신이었는데, 가색에서는 왕신을 흘려보내는 글자가 용신이다. 왜 다른가. 이 판은 토를 누를 관살 목이 아예 없고, 대신 그 무거운 토가 빠져나갈 금이 딱 한 글자 열려 있다. 따르되 막히지 않게 숨구멍을 낸다.
여기서 다섯 법이 빠짐없이 금을 짚었다. 규칙과 학습의 일곱 눈도 모두 금을 짚었다. 흔치 않은 합의다.
금의 종혁
時 日 月 年
庚 庚 庚 庚
辰 申 辰 辰
↑ 일간 庚
천간 넷이 모두 경금(庚)이다. 지지도 금을 낳거나 품는 토와 금으로 채워졌다. 금이 판을 통째로 가졌다. 종혁격(從革格)이다.
이 사주에서 기계는 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또렷한 답을 냈다. 일곱 모델이 하나도 빠짐없이 금을 짚었다. 일곱 대 영이다. 확률로는 86.3%. 규칙도 같은 금이다.
여기까지 오면 계산의 정직함이 무엇인지가 보인다. 기계는 모든 판에 같은 목소리로 답하지 않는다. 어떤 판에서는 이렇게 한목소리로 답한다.
수의 윤하
時 日 月 年
壬 癸 甲 己
子 酉 子 酉
↑ 일간 癸
겨울 자월(子月)의 계수(癸)다. 수가 판을 채우고, 금이 그 수를 낳는다. 물이 아래로 흘러 적시는 형상이라 윤하격(潤下格)이라 한다.
규칙은 왕신 수를 용신으로 짚는다. 윤하격의 기본 문법이다.
그런데 기계의 일곱 눈은 수에 한 표도 주지 않았다.
일곱 가운데 넷은 금을, 셋은 목을 짚었다. 규칙이 답이라 부른 그 글자에 학습은 영 표를 던졌다. 앞의 종혁이 일곱 대 영의 합의였다면, 이 판은 영 대 일곱의 어긋남이다.
같은 일행득기다. 같은 종격 문법이다. 판의 순수함으로 치면 둘 다 극단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만장일치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정답에 단 한 표도 오지 않는다.
순수한 판의 역설
이 대비가 나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한 오행이 판을 통째로 가진, 명리에서 가장 단순하고 순수하다는 판들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주보다 읽기 쉬워야 마땅하다. 그런데 바로 이 판들 안에서 기계의 확신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왜 그런가. 답은 다음 편으로 미룬다. 다만 미리 한 가지만 적어 둔다.
기계 안의 일곱 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주를 익힌 모델들이다. 이들이 한목소리를 낼 때, 그 답은 규칙과 사례 양쪽에서 동시에 지지받는다. 이들이 갈릴 때, 그 갈림은 오류가 아니라 판 자체가 품고 있는 갈림이다. 판이 이미 두 갈래로 읽힐 수 있게 생겨 먹은 것이다.
계산은 이 갈림을 없애 주지 않는다. 다만 갈림이 어디 있는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줄 수는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계산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는 네가 봐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것.
한 줄 요약: 일행득기는 한 오행이 판을 통째로 가진 자리다. 가장 순수한 이 판들 안에서, 기계는 만장일치와 완전한 어긋남을 동시에 보여 준다.
내 사주는 어떤 기운으로 기울어 있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합이 격을 바꾸다. 일간이 다른 오행과 손을 잡고 자기 오행을 버리는 자리, 화기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