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에 새겨진 운, 수리 (81수리와 사격)
한자 이름의 전통은 획수를 센다. 이름 글자들의 획을 더해 네 개의 격을 짓고, 여든한 가지 수의 뜻으로 읽는다. 수리 성명학의 뼈대와 그 분수를 함께 본다.
한눈에
- 수리 성명학 · 이름 한자의 획수를 더해 격을 짓고, 그 수의 뜻으로 이름을 읽는 한자 이름의 전통.
- 사격 · 천격·인격·지격·외격. 성과 이름의 획이 만나는 자리마다 하나씩 서고, 총격이 전체를 아우른다.
- 81수리 · 1부터 81까지 수마다 길흉의 뜻을 매겨 둔 표. 격마다 나온 수를 이 표에 비추어 읽는다.
- 분수 · 획수는 객관이지만 길흉은 약속이다. 뿌리를 두고도 말이 많은 전통이니, 참고의 자리에 둔다.
이름을 소리로 듣던 눈에서, 이제 획으로 세는 눈으로 넘어간다. 한자 이름의 전통에서 가장 널리 퍼진 감정법은 수리(數理)다. 이름 글자의 획수를 더해 몇 개의 수를 만들고, 그 수에 매겨진 뜻으로 이름을 읽는다. 작명소 간판에 적힌 감정법의 태반이 이것이고, 이름을 봐 준다는 말의 절반은 획수를 세어 준다는 말이었다.
세는 법의 뼈대는 사격(四格)이다. 성과 이름의 획수를 자리마다 다르게 묶어 네 개의 격을 짓는다. 성 쪽의 획으로 짓는 천격(天格)은 조상과 뿌리의 자리로 본다. 성의 끝과 이름의 첫 글자가 만나 짓는 인격(人格)은 그 사람 자신, 이름 풀이의 중심이다. 이름 글자들로 짓는 지격(地格)은 초년의 바탕을, 가장자리 획들로 짓는 외격(外格)은 바깥에서 만나는 환경을 읽는 자리다. 그리고 모든 획을 더한 총격(總格)이 인생 전체의 그릇을 아우른다. 격마다 수 하나씩이 나오니, 이름 하나에서 몇 개의 수가 뽑히는 셈이다.
그 수를 읽는 사전이 81수리다. 1부터 81까지, 수마다 길흉과 뜻을 매겨 둔 표다. 어떤 수는 크게 이루는 수로, 어떤 수는 흩어지는 수로 적혀 있다. 격마다 나온 수를 이 표에 비추어, 인격의 수는 길한데 총격의 수가 아쉽다는 식으로 읽는다. 81에서 다시 1로 돌아가니, 수가 돌고 돈다는 감각까지 표 안에 접혀 있다.
이 전통의 힘은 명료함이다. 획수는 누구나 셀 수 있고, 표는 찾아보면 나온다. 사주처럼 보는 눈에 따라 갈리는 구석이 적어 보인다. 그래서 수리는 오래 사랑받았다. 그런데 바로 그 명료함이 이 전통의 위험이기도 하다. 수는 정직해 보여서, 그 수에 매긴 길흉까지 정직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든다. 획수를 세는 일은 객관이지만, 몇 획은 길하고 몇 획은 흉하다는 매김은 어디까지나 약속이다. 누군가 정한 표이지, 세계가 정한 법칙이 아니다.
뿌리를 두고도 말이 많다. 이 표의 연원을 멀리 옛 수리의 전통까지 끌어올리는 이들도 있고, 근대에 와서 정리되어 퍼진 형식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사주를 읽는 명리의 눈과 획수를 세는 수리의 눈이 본래 한 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순서도 그렇게 짰다. 사주에서 출발하는 축들을 먼저 놓고, 수리는 한자 이름의 전통으로서 그다음 자리에 둔다. 이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사주이고, 수리는 한자 이름을 다듬을 때 참고하는 오래된 격식이다.
그 자리에 두고 보면, 수리도 나름의 쓸모가 있다. 같은 뜻의 한자가 여럿일 때, 이왕이면 격이 순하게 떨어지는 글자를 고르는 정도. 다 지어 놓은 이름의 획이 유난히 아쉬운 수에 몰려 있다면 한 글자쯤 바꿔 보는 정도. 표를 절대의 심판으로 모시지 않고 다듬는 도구로 부리면, 수리는 위험하지 않다.
숫자로 떨어지는 답은 늘 매혹적이다. 몇 점, 몇 획, 몇 등. 수로 말해 주면 왠지 확실해 보이고, 확실해 보이면 기대거나 겁먹게 된다. 이름의 획수 앞에서도 사람들은 그래 왔을 것이다. 그 매혹을 이해하면서도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것. 수를 부리되 수에 부림당하지 않는 것. 수리를 정리하며 내가 다시 새긴 것은 표의 내용이 아니라 그 거리감이었다.
획수를 세는 일은 객관이지만, 그 수에 매긴 길흉은 약속이다. 이름보다 먼저, 내 사주부터 읽어 보기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글자가 품은 오행 (자원오행)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