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에도 손님이 있다, 희운과 기운
운이 원국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반가운지 껄끄러운지는 무엇으로 가르는가. 답은 이미 용신에 있다. 희운과 기운을 가르는 잣대와, 운이 파격을 구제하는 이치를 읽는다.
한눈에
- 잣대는 용신 · 운의 길흉을 가르는 자는 용신이다. 용신을 살리면 반갑고, 치면 껄끄럽다.
- 희운(喜運) · 용신을 생하거나 돕는 운. 막혔던 일이 풀리고 흐름이 산다.
- 기운(忌運) · 용신을 극하거나 꺼리는 기운을 키우는 운. 일이 더디고 고단해진다.
- 운의 구제 · 원국이 파격이어도, 운이 그 병을 고치는 약을 데려오면 그 시기는 살아난다.
운이 원국을 건드린다는 것은 보았다. 그렇다면 그 건드림이 반가운지 껄끄러운지는 무엇으로 가르는가. 새삼스러운 잣대를 따로 들 것이 없다. 답은 이미 용신에 있다.
용신은 그 사주에 가장 필요한 한 글자, 그 사람을 살리는 처방이라 했다. 그렇다면 운의 길흉도 이 한 글자를 잣대로 삼으면 된다. 흐르는 운이 내 용신을 생하거나 도우면, 그 운은 반갑다. 이것을 희운(喜運)이라 한다. 막혀 있던 일이 풀리고, 묻혀 있던 기운이 제 빛을 내며, 사주 전체의 흐름이 산다. 처방이 되는 글자가 밖에서 흘러들어 내 안의 그 자리를 든든히 받쳐 주는 까닭이다.
반대로 흐르는 운이 내 용신을 극하거나, 내가 꺼리는 기운을 도리어 키우면, 그 운은 껄끄럽다. 이것을 기운(忌運)이라 한다. 처방이 되는 글자가 밖에서 온 기운에 눌리거나, 가뜩이나 넘치던 것이 더 보태지는 시기다. 일이 더디고, 애써도 더디 풀리며, 같은 노력에도 결과가 무겁다. 같은 사람이 어느 시절엔 순풍을 타고 어느 시절엔 맞바람을 안는 것이, 바로 이 희운과 기운이 번갈아 드는 데서 온다.
앞서 용신에서 보았던 그 사주를 한 번 더 데려온다.
時 日 月 年
戊 丙 甲 壬
戌 辰 辰 午
↑ 일간 丙
흙에 둘러싸여 신약하던 병화, 그 처방으로 외로이 선 한 그루 갑목을 용신으로 삼았던 사주다. 이 사주가 목의 운으로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홀로 흙을 솎던 갑목이 같은 목의 무리를 만나, 두껍던 흙을 헤집고 묻혀 있던 불을 되살린다. 타고날 때 약하던 자리가 운을 빌려 도로 일어서는 것이다. 이것이 반가운 운, 희운이다. 반대로 금의 운을 만나면, 그 금이 가뜩이나 외롭던 용신 갑목을 베니 그 시기는 고단해진다. 같은 사주가 어느 운에선 살아나고 어느 운에선 움츠러드는 까닭이 여기 있다.
여기서 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드러난다. 타고난 원국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격국에서 격이 깨진 사주, 곧 파격을 보았다. 용신에서 병이 깊은 사주도 보았다. 그런 사주는 타고난 자리만 보면 아쉽다. 그러나 흐르는 운이 그 깨진 자리를 메우는 약을 데려오면, 그 십 년 그 한 해 동안 사주는 도로 살아난다. 병약을 이야기할 때, 약이 원국에 없으면 운에서 약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했던 그 말이 바로 이 자리에서 영근다. 타고난 자리가 미처 못다 한 일을, 흐르는 시간이 마저 하는 것이다. 그러니 파격이라 하여 평생 깨진 채인 것이 아니고, 신약하다 하여 늘 약한 채인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더없이 좋은 원국도 기운을 지나는 동안은 한동안 고단할 수 있다. 좋은 지도를 가졌어도 궂은 날씨를 지날 때가 있는 것과 같다. 다만 이것은 겁낼 일이 아니라 헤아릴 일이다. 궂은 계절인 줄 알면 무리하지 않고 다음 계절을 기다릴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흉한 운도 그것이 언제 오고 언제 가는지를 알면, 휘둘리는 대신 견디고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좋은 사주로 났다고 마냥 안심할 것도, 아쉬운 사주로 났다고 낙심할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 와서 무엇을 메우는가, 무엇이 와서 무엇을 흔드는가. 그 물음 앞에서 사주는 한 장의 정해진 그림이기를 멈추고, 들고 나는 운과 더불어 펼쳐지는 한 사람의 긴 이야기가 된다. 타고난 여덟 글자가 그 이야기의 첫 장이라면, 흐르는 운은 그 뒤로 이어지는 숱한 장들인 셈이다.
용신을 살리는 운이 희운, 치는 운이 기운. 원국이 파격이어도 운이 약을 데려오면 살아난다. 지금 내 운은 용신을 돕고 있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운명은 정해졌는가 (운을 읽는다는 것) → 이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