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에도 한 일생이 있다, 십이운성(十二運星)
천간 한 글자가 열두 지지 위를 지나며 겪는 열두 단계. 장생에서 양까지, 태어나 절정에 이르고 비웠다 다시 깃드는 한 바퀴를, 길흉표가 아니라 기세의 강약을 읽는 도구로 펴는 첫 자리.
한눈에
- 무엇인가 · 천간 한 글자가 열두 지지 위를 지나며 겪는 열두 단계의 기세.
- 순서 · 장생·목욕·관대·건록·제왕·쇠·병·사·묘·절·태·양. 태어나 자라고, 절정에 이르고, 누그러져 갈무리되었다가, 다시 깃들어 길러지는 한 바퀴.
- 무엇을 보나 · 그 글자가 지금 기운이 차오르는 자리인지, 무르익은 자리인지, 비워 가는 자리인지 — 강약의 국면.
- 읽는 자세 · 사·묘·절을 죽음이나 끝으로 읽지 않는다. 한 바퀴 안의 한 국면, 곧 멈춤·갈무리·전환으로 읽는다.
명리에는 글자의 강약을 재는 여러 잣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천간 한 글자를 사람처럼 보아 그 일생의 단계를 헤아리는 법이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한창때를 지나 늙고 갈무리되었다가 다시 새 생명으로 깃들듯, 천간도 열두 지지 위를 지나며 그런 한 바퀴를 돈다. 이것을 십이운성(十二運星)이라 한다.
열두 단계의 이름은 이렇다. 장생(長生)·목욕(沐浴)·관대(冠帶)·건록(建祿)·제왕(帝旺)·쇠(衰)·병(病)·사(死)·묘(墓)·절(絶)·태(胎)·양(養). 장생에서 갓 태어나, 목욕과 관대를 거치며 자라고, 건록과 제왕에서 한창때를 맞고, 쇠·병·사로 누그러지며, 묘·절에서 갈무리되고 비워졌다가, 태·양에서 다시 새 생명으로 깃들어 길러진다. 하루가 새벽에서 밤으로 돌고 다시 새벽이 오듯, 멈추지 않고 도는 한 바퀴다.
이 단계가 정해지는 방식에는 결이 있다. 천간이 양이냐 음이냐에 따라, 같은 지지 위에서도 단계가 달리 매겨진다. 양간은 지지를 순서대로 따라 돌고, 음간은 거꾸로 돈다. 그래서 같은 글자라도 일간이 무엇이냐에 따라 어느 지지에서 한창때를 맞고 어느 지지에서 갈무리되는지가 달라진다. 셈법의 자세한 갈래는 단계를 하나씩 보며 짚는다. 여기서 먼저 잡아야 할 것은 그 쓰임이다.
십이운성은 강약을 보는 도구다. 어떤 글자가 한창 기운이 차오르는 자리에 있는지, 절정을 지나 무르익은 자리에 있는지, 비워 가는 자리에 있는지를 읽는다. 일간이 어느 단계에 앉아 있느냐로 그 사람 기운의 결을 가늠하고, 십성이 어느 단계에 놓였느냐로 그 십성이 힘 있게 펼쳐지는지 가만히 잠겨 있는지를 본다.
여기서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다. 좋은 단계와 나쁜 단계를 줄 세우는 버릇이다. 건록·제왕이 한창때라 해서 늘 좋은 것도, 사·묘·절이 갈무리 단계라 해서 늘 나쁜 것도 아니다. 한창때의 기운이 도리어 넘쳐 탈이 되기도 하고, 비워 가는 기운이 도리어 그 사주에 꼭 맞기도 한다. 열두 단계는 길흉의 등급표가 아니라, 한 바퀴를 도는 기세의 국면이다.
여기서 지금을 본다.
사람의 한평생에 좋은 나이와 나쁜 나이가 따로 있지 않다. 차오르는 때에는 차오르는 일이 있고, 무르익는 때에는 무르익는 일이 있으며, 비우는 때에는 비우는 일이 있다. 어느 한 단계만 떼어 좋다 나쁘다 매기는 것은, 봄만 옳고 겨울은 그르다 하는 것과 같다. 십이운성이 펴 보이는 것은 그 한 바퀴다. 지금 어느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알면, 그 자리에 맞는 걸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