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유독 고단하다면 (세운)
작년까지 괜찮았는데 올해는 뭘 해도 버겁다. 명리는 해마다 갈아드는 기운, 세운으로 그 차이를 읽는다. 고단한 해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글.
한눈에
- 세운 · 한 해 한 해 갈아드는 기운. 내 사주와 맞는 해와 버거운 해가 번갈아 온다.
- 내 탓만이 아니다 · 같은 노력이 해마다 다르게 먹히는 데는 계절의 몫이 있다.
- 기한이 있다 · 세운은 일 년이면 갈린다. 이 해의 버거움은 이 해로 끝난다.
- 그 해의 목표 · 자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는 것. 버티는 해도 어엿한 한 해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되던 일이 올해는 버겁다. 같은 일을 하는데 배로 지치고, 사람들 틈이 유난히 힘들고, 몸도 마음도 자꾸 처진다. 뭐가 문제인가 싶어 자신을 뒤져 보지만 짚이는 게 없다. 그렇게 자책으로 넘어가려는 사람을, 여기서 한 번 붙잡고 싶다.
명리에는 해마다 갈아드는 기운이 있다. 세운(歲運)이다. 십 년을 한 호흡으로 묶는 대운이 큰 계절이라면, 세운은 그 계절 안의 한 해 한 해다. 해마다 다른 간지가 들어오고, 그 기운이 내 사주와 맞물리는 각도가 다르다. 필요한 기운을 실어 오는 해가 있고, 내 약한 자리를 건드리는 해가 있다. 그러니 작년과 올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명리의 눈에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운과 세운의 층이 갈린다는 것도 알아 둘 만하다. 십 년의 큰 계절이 순하다고 그 안의 열 해가 다 순한 것이 아니다. 맑은 여름에도 장마가 지나가고, 긴 겨울에도 볕 좋은 날이 있다. 좋은 대운을 지나는 중인데 올해가 유독 버겁다면, 큰 계절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안의 한 해가 궂은 것일 수 있다. 거꾸로 고단한 대운 속에도 숨을 돌리는 세운이 온다. 층을 갈라 볼 줄 알면, 한 해의 궂음을 십 년의 실패로 부풀리지 않게 된다.
이 관점이 건네는 첫 번째 위로는 이것이다. 올해의 고단함에는 내 탓만이 아닌 몫이 있다. 우리는 일이 안 풀리면 자신부터 심문한다. 게을러졌나, 감이 죽었나, 내가 문제인가. 물론 사람의 몫도 있다. 그러나 같은 씨앗이 해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 데에 농부의 탓만 있지 않듯, 같은 노력이 해에 따라 다르게 먹히는 데에도 계절의 몫이 있다. 그 몫을 인정하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다. 자책의 총량에서 계절의 몫을 덜어내는, 정확한 회계에 가깝다.
두 번째 위로는 더 단순하다. 기한이 있다는 것이다. 세운은 일 년이면 갈린다. 열 해를 가는 대운과 달리, 이 해의 기운은 이 해로 끝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함과 달력에 끝이 적혀 있는 고단함은 무게가 다르다. 지금이 몇 부 능선인지 몰라도, 이 산이 일 년짜리 산이라는 것만 알아도 걸음이 달라진다.
그러면 고단한 해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은가. 그 해의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자라는 해가 있고 지나는 해가 있다. 순한 해에는 벌리고 자라는 것이 목표가 되지만, 버거운 해의 목표는 무사히 지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잠을 지키고, 밥을 지키고, 무리한 승부를 다음 해로 넘기고. 소극적으로 들리겠지만, 겨울에 씨를 안 뿌리는 농부를 소극적이라 하지 않는다. 때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버티는 해에도 쌓이는 것이 있다. 요령이다. 힘이 남아도는 해에는 배울 일이 없던 것들. 기운을 아껴 쓰는 법, 안 되는 일을 접는 법, 기대야 할 사람과 거리 둘 사람을 가리는 눈. 순한 해가 살림을 불려 준다면 고단한 해는 사는 기술을 늘려 준다. 그 기술은 다음 궂은 해에 고스란히 밑천이 된다. 같은 겨울을 두 번째 나는 사람이 덜 추운 까닭이다.
버티는 해가 있어도 된다. 연말에 올해 이룬 것을 세다가 빈손 같아 서글퍼지는 사람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버텨 낸 것은 이룬 것이 아닌 게 아니다. 버거운 계절을 몸 상하지 않고 통과한 것, 그것이 그 해의 성취다. 자라는 해만 인생이 아니듯, 견디는 해도 지나고 보면 인생의 어엿한 한 해였다. 나이테는 잘 자란 해와 견딘 해를 다 품고서야 둥글어진다.
이 해의 버거움은 이 해로 끝난다. 세운에는 기한이 있다. 올해의 기운은 내 사주와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 첫 분석 보기 다음 편 · 나에게 없는 기운이 있다는 말 (오행 결핍) → 이어 읽기